힘내라, 대한민국

응모사연
응모자 : 박자성 응모 분야 : 따뜻한 공동체 형성 좋아요 : 1개
힘내라, 대한민국

마닐라에서 귀국한 지 벌써 4개월이 되어간다. 같이 귀국한 아이들이 외출을 꺼려서
거의 집안에서 지내는 것이 내심 걱정이다. 지난 3월 귀국하기로 예정되었지만, 코로
나19로 필리핀도 예외 없이 국가 비상사태로 전환되어 외국인은 48시간 내로 떠나라
그 이후에는 공항폐쇄라는 뉴스를 전했다. 외국인들은 적잖이 불안했고 교민들은 삶
의 터전도 남겨둔 채로 떠났다. 항공료는 거의 3배를 뛰었고 그나마 비행기 표를 구
하지 못한 사람은 불안을 느끼며 정부의 촉각에 귀를 기울였다. 떠난 사람도 봉쇄령
이 길게 가지 않으리라 생각하며 삶의 터전도 놓아둔 채 황망히 떠났다. 그러나 코로
나19 감염자는 매일 늘어났고 사회적 거리 두기는 더욱 엄격한 조치가 내려졌다. 통
행금지 시간을 지키고, 아침 5시부터 저녁 8시까지만 활동하며. 모든 교통수단도 이
용이 중지되고 모든 식당이나 은행들도 문을 닫고 그나마 식량이나 생필품을 살 수
있는 슈퍼마켓만 제한적으로 이용하라는 방침이 내려졌다. 만약 어길 시에는 사살해
도 좋다는 대통령의 브리핑을 들으면서 공포를 느꼈다. 그러니 더욱 귀국하고픈 생각
이 간절했다. 남아 있는 교민끼리 소통하며 그나마 위안을 얻었다. 마스크나 타이레
놀 같은 상비약은 구할 수도 없었다. 현지인들은 손수건이나 집에서 만든 알록달록한
천으로 만들어 쓰고 다녔다. 거리는 쥐죽은 듯 조용했고 밤마다 수십 대의 차량이 경
적을 울리며 경각심을 일깨우는 공포의 소리였다. 코로나19는 그러한 조치를 비웃듯
감염자는 더욱 늘어나고 우리는 마스크 하나로 일주일을 지냈다. 이웃 할머니는 K94
마스크가 아깝다며 항상 손수건을 대고 쓰고 버텼다. 호흡이 곤란해도 하는 수 없이
지냈다. 어느 날 콘도의 가드 하나가 자기도 K94를 흔들어 보이며 우쭐하는 것을 보
며 엄지손가락을 치켜들었다. 정말, 마스크가 무엇이길래, 그 힘이 무엇이기에 온 세
상이 이 야단법석이란 말인가. 그 가드는 한 달 내내 그것을 쓰고 다녔다. 떄떄로 빨
아 쓰거나 알콜로 소독한다고 해서 내가 웃었다. 나도 증기로 소독해서 쓰고 다녔으
니까, 동변상린! 그렇게 3개월을 지내도 감염자는 늘어가고 진단키트도 모자라 정부
에서 발표하는 감염자 수를 믿을 수 없다는 소문이 돌았다. 한편 돈 없는 현지인들은
마스크나 사회적 거리가 문제가 아니라 굶어 죽겠다며 아우성쳤다. 쌀 한 봉지와 정
어리 통조림 3개씩 나누어 주었고, 주민센터를 통해 극빈자들에게 5000페소(한화 10
만원)을 지급하였다. 그나마 다행이었다. 물론 1가구당 배당된 금액이었다. 그렇게 이
방인으로 아무런 혜택도 없는 나라에서 버티기란 힘들었다. 6월 초 필리핀 정부는 사
회적 거리 두기를 완화하여 조금씩 식당이 문을 열고 택시 영업을 한다고 하였지만,
여전히 배달만 허용되어 배달 족만 호황을 누렸다. 택시는 온라인 그랩 만 이용할 수
있었다. 곳곳에서 잡음과 사건이 일어나고, 대통령은 일주일 한 번씩 브리핑을 하였
다. 다행히 우리는 살림을 대충 정리하고 한국행 비행기를 탈 수 있었다. 공항은 북
새통을 이뤘다. 완화된 봉쇄를 기회로 떠나려는 외국인과 돈 많은 현지인들 사이에
우리도 끼어있었다. 그곳엔 사회적 거리 두기도 무시한 채 더 안전한 곳으로 떠난다
는 안심의 그림자만 있었다. 항공기 좌석도 만석이었다. 비옷까지 챙겨 입고 플라스
틱 보호막까지 뒤집어 쓴 우리는 너무 우스꽝스러웠지만 개의치 않았다. 코로나를 막
을 수 있으면 무슨 짓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마침내 공항에 내리자 살 것만 같았
다. 방역에 철저한 우리나라에 온 것이다. 문진 체크, 발열 체크, 14일 격리조치에 대
한 설명 등, 승객 모두 안심하는 맘으로 따라주었다. 밤새며 일하는 관계자들이 너무
고맙다고 느껴졌다. 같이 타고 온 외국인들은 거의 입국장에 없었다. 알고 보니, 우
리 나라를 통해서 그네들이 머물고 싶은 나라로 떠났다. 세계 유일하게 외국인들을
막지 않은 이유다. 그렇게 우여곡절을 겪으며, 14일 동안 자가격리를 지켰다. 휴일도
없이 문안 인사를 해주는 시청 공무원들, 먹거리 제공해주는 지자체들, 검진받았을 
때 무료수송해 주는 보건소 스텝들. 너무 감사하고 우리나라가 너무 자랑스러워 벅찬
감동이 때때로 밀려온다. 며칠 전 마닐라 식당에서 손주와 식사하러 갔다가 거절당한
할머니가 귀국했다. 20세 미만 60세 이상은 외출금지란 사실을 잊은 채 17살 손주의
무료함을 달래주려다, 무안함을 느꼈다고 하면서, 얼마나 좋으냐 이 자유가, 비록 마
스크를 써야 하지만 그래도 좋다. 어서 우리 아이들도 코로나 공포로부터 벗어나 문
밖으로 나가길 바란다. 더 이상 밖은 안 위험해!! 그날은 우리가 마스크 벗는 날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