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날들.

응모사연
응모자 : 정순옥 응모 분야 : 따뜻한 공동체 형성 좋아요 : 0개
아름다운 날들.

“당분간은 좀 긴장해야겠어. 이렇게 힘들어지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었는데.”
 집을 나서는 남편의 목소리는 신음하는 것처럼 힘이 빠져있었다.
  “그렇다고 너무 쳐져 있지 말고, 어떻게든 버티어봐야지. 다녀오리다.”
 마음을 다잡느라 하는 말과는 달리 늘어진 어깨를 보니 마음이 풀어진다.
 그도 그럴 것이 집에 들어서면 바깥일은 풀어놓은 법이 없고 어지간한 일이 아니면 힘들다는 말을 입 밖으로 꺼내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니 힘들다는 말을 할 때면 정말 힘든 것이다. 물론 나도 굳이 남편의 입을 통해서가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는 예상하고 있었지만 생각보다 빨리 듣게 되니 걱정부터 앞섰다.
남편은 퇴직한 후 후배들과 팀을 이루어 영상제작 일을 하고 있다. 원래 봄을 시작으로 각 지역의 축제나 행사의 홍보영상을 만드느라 늘 바빴다. 그런데 올 해는 느닷없는 코로나19로 축제나 행사가 줄줄이 취소되는 바람에 꼼짝없이. 그저 이 위기를 잘 버티어내기에 힘을 쓰고 있는 것이다. 이럴 때 내가 힘이 되어주고 싶은데 나도 그동안 해오던 일 자리도 코로나19로 쉬고 있으니.답답함이 목까지 차오르는 날들을 보내면서 그나마 건강하다는 사실로 위안을 삼는다.
느닷없이 일상으로 들어온 코로나19. 당황스러움도 잠깐, 하루 종일 텔레비전을 통해 확진자수와 사망자수가 늘어가는 모습을 보며 나처럼, 남편처럼 예순을 바라보는 나이이고 보면 몸을 잔뜩 움츠리곤 했다. 그리고 귀에 닳도록 듣는 안전수칙을 습관처럼 길들이고 있다. 툭하면 손을 씻고, 어쩌다 밖에 나갈 일이 있으면 마스크로 중무장을 하고, 다른 무엇보다 달라진 일상은 사회적 거리두기의 실천으로 집안에서 보내는 것이다. 어쩌다 만나는 친구와의 차 한 잔의 여유로움을,  이웃과의 수다도 뒤로 미루고, 주말이면 가끔 외식하던 식사도 집에서 대신하고. 그러다보니 주부인  내가 좀 바빠졌다.
  장을 보는 일도 대부분 온라인으로 주문을 하고, 식사를 준비하느라 주방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지고, 텔레비전을 벗 삼아 닥치는 대로 보고, 하루에 한 번씩 아파트 뒤에 있는 산책로를 걷던 발걸음 대신 책을 읽고 음악을 듣기고 하고, 거실에 매트를 깔아놓고 스트레칭을 하는 것으로 대신하고 있다.
 코로나19는 그동안 우리가 당연하게 여겼던 것들을 송두리째 바꿔버렸다.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감염되어 치료를 받아야 하고, 자칫 소중한 생명을 잃어야 한다는 사실은 공포감으로 엄습해왔고, 그러면서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에 긴장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또 한 가지. 경제적인 부분이 그만큼의 불안함으로 자리 잡게 된 것이다. 특히 소상공인. 자영업자분들은 이번에 감당하지 못할 정도의 힘겨움으로 하루하루를 버티어내는 것조차 힘들다는 것이다. 그런 점을 감안해서 정부나 지자체에서는 경제적이 지원을 해주었고 잠깐의 숨통을 틔워준 것은 실질적인 힘이 되어주었다.
 물론 나도 코로나19가 주는 경제적인 힘겨움을 버티어내고 있다. 나는 관광업계에서 스토리텔러로 일을 하고 있는데 보통 해가 시작되면 2월부터 일을 한다. 물론 그 수입이 많지는 않지만 그래도 생활의 한 부분을 채워주어 만족감을 갖고 있었다. 그런데 올해 코로나19로 관광업계가 가장 큰 타격을 입었고 당연히 나도 일이 없어 지금까지 일을 기다리고 있는데 혹시나  내가 속한 여행사가 잘 버티어내고 있는지 은근한 걱정이 되는 것도 사실이다.
 많은 급여는 아니지만 다달이 들어오던 부분이 없어지자 당장 내야 할 세금이나 대출이자 등 내야할 것들은 작은 아이의 도움으로 버티어가고 있는데 다행히 정부와 지자체에서 지급한 재난지원금은 생활비로 대신하고 있다. 거기에 또 한 가지. 이번에 정부에서 소상공인이나 고용보험에 가입하지 못한 특수 분야의 일을 하는 사람들에게 지급하는 코로나19 긴급지원금도 받아 한 숨 돌리게 되었다. 그러고보면 코로나19는 나 혼자가 아닌 함께 이겨내야 할 재난이라는 말을 실감하게 된다. 
 코로나 19로 힘든 날을 보내고 있는 요즘. 지금 이 순간에도 코로나19에 대응하느라 사투를 벌이고 있는 의료진 분들을 생각하면 마음이 든든해진다. 솔직히 말하면 그동안 코로나19가 주는 불안함으로 자신을 우선으로 하고 있었다. 하지만 자신의 안위보다는 다른 이들의 건강을 위해 애쓰는 모습을 마주하고서는 사랑의 의미를 새삼 깨달았다.
 지금도 마주한다. 한 번 입으면 벗을 때까지 물도 제대로 마시지 못한 채 일을 하다가 잠시 쉬는 시간에 보호복을 입은 채 의자에 늘어져 있던 의료진의 모습을, 의료마스크를 쓰고 일을 하느라 코 부분에 일회용 밴드를 붙이고 환하게 웃던 웃음을. 부족한 병상과 의료진으로 고생하는 분들을 위해 예순이 넘은 나이에도 자원봉사로 나선 분의 강건함도.
이렇게 우리 주변에 자신보다는 다른 이들을 위해 선뜻 나서는 분들의 덕분으로 지금 우리가 코로나19와 맞서나가고 있다는 생각이다. 그러니 집안에서 보내야 하는 날들이 주는 답답함도 감내해야 할 몫이다.
그리고 지금, 늘 그랬던 것처럼 세상은 아무 일 없다는 것처럼 봄을, 여름을 보내고 가을을 맞이하고 있다. 언제쯤 코로나19가 끝날지 확실하지 않은 만큼 자신을 위해. 가족을 위해, 이웃을 위해 각자 지켜야 할 방역수칙을 지켜나가는 것만이 유일한 답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예전의 일상으로 돌아가기 위해 우리는 순간순간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사실로 또 다른 발걸음을 내딛고 있다는 생각이다. 지금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 아름다운 가을을 맞이하고 있다. 각자의 자리에서  자신이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하는 많은 분들이 전해주는 고운 빛의 가을을.......